어쩌면 이 소설은 범죄 미화를 창작했다.
책제목 : 아가씨와 밤
작가 : 기욤뮈소
아가씨와 밤은 25년 전 일어난 미제의 사건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25년 후의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다만 독자들에게는 사건의 전말을 작중 초반부터 알려주지 않고, 주인공과 함께 알아가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사건의 내용을 알아갈수록 흥미로워지는 구도와 생각하기 힘든 반전, 반전 영화들의 특징인 마지막의 아쉬움이 잘 느껴졌다.
[줄거리]
25년 전 주인공은 빙카를 짝사랑했다. 빙카는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하는 만인의 이상형의 여성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은 짝사랑에 심각하게 빠졌고, 철학 선생(알렉시)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방에 몰래 침입하여 철학 선생(알렉시)과 사랑에 빠진 증거물을 수집하기까지 한다. 어느 날 빙카가 연락을 하게 되고 짝사랑하던 주인공은 바로 그녀의 기숙사 방으로 향하게 된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그녀는 임신 키트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원치 않은 임신하게 됐음을 알리고 본인은 원하지 않았다며 알렉시가 강제로 시켰다고 말한다. 짝사랑에 너무 빠져있는 주인공은 곧장 철학 선생인 알렉시를 찾아간다. 알렉시에게 폭력을 가하게 되고, 마침내 주인공은 친구 막심과 함께 결국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학교의 체육관 건축공사를 맡고 있던 막심의 아버지인 프란시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프란시스는 시체를 콘크리트 벽에 매장하게 된다.
25년 후 콘크리트 벽을 부스게 되는 행사가 일어나게 되자 주인공과 막심은 다시 학교를 찾게 된다. 둘은 세월이 지나, 잘 나가는 작가와 정치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었는데 콘크리트 내부의 시체가 밝혀지고 범인이 누군지 들키게 되면 모든 삶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기게 된 것이다. 학교에 도착한 주인공과 막심은 시체 유기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쪽지를 받게 된다. 주인공이 그 쪽지를 조사하는 도중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게 된다. 빙카와 주인공의 아버지가 불륜관계였다는 점이다. 빙카는 불륜관계 사진을 바탕으로 학교의 교장이었던 주인공의 어머니에게 돈을 뜯어내려 협박했으나, 어머니에게 살해를 당하고 그날 알렉시와 함께 콘크리트에 묻혔었다. 주인공은 쪽지를 보낸 사람이 빙카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25년 전 단순히 실종된 것으로만 알았지만, 해당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조사를 해보니 주인공이 짝사랑으로 알았던 알렉시는 철학 선생이 아닌 또 다른 여성 알렉시였으며 빙카는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빙카가 동성애자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또 다른 여성인 빙카의 연인 알렉시 드븐이 해당 사건의 전말을 최근에 알게되 주인공과 막심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주인공은 이 사건 조사 중에 막심의 아버지인 프란시스와 어머니와 내연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본인은 사실 프란시스의 아들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으며, 25년간 차갑게 대했던 아버지의 이유를 알게 된다. 알렉시 드븐은 주인공의 어머니를 살인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막심과 주인공은 성공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알렉시 드븐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25년간 차갑게 대했던 아버지로부터 구해지게 된다.
결국 주인공은 살인자이다. 과거에 살인을 저질렀으며 지금은 성공한 작가로 거듭난 상태다.
작가는 주인공을 단순한 범죄자로 만들어내지 않기 위하여 빙카를 엄청나게 예쁜 여자로 묘사하였으며 주인공을 소설과 같은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작중 최대 피해자는 철학 선생인 알렉시이다. 그는 빙카와 특별한 관계가 없었으며 단순히 주인공의 분풀이용 살인 사건의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이 많은 후기들에서 찝찝함을 남기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함께 알아가는 작가의 풀어내는 서술은 아가씨와 밤을 더 몰입하게 한다. 어느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사건을 알아가는 역할이며 독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건을 함께 추측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사건만 풀어가는 게 아닌 주인공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나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주인공이 과거에 사랑을 덜 받고 자랐었지만, 이유가 있었고, 사실은 사랑을 덜 받은 게 아니었다는 점.
많은 후기가 찝찝함을 나타내는 이유는 살인자인 주인공이 결국 잘살게 되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작중에는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스테판이라는 동창생이 기자로 나와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을 한다. 스테판 주인공과 함께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가 묘책을 이용하여 이미 시체를 숨겨버렸었다. 그러니까 결국 주인공은 처음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시체는 콘크리트에서 없어진 지 오래됐으니까.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재미있다.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인 기욤뮈소가 쓴 소설이며, 사실 그가 쓴 소설은 전부 다 재미있다. 아가씨와 밤을 통하여 기욤뮈소의 뛰어난 상상력을 경험해 볼 수 있으며, 탄탄한 전개는 독자들을 이해시키기에 충분하다. 다만 프랑스 문학이다 보니 가끔가다 한국인의 정서로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기욤뮈소의 소설과는 느낌이 다르다. 기욤뮈소의 책을 읽어본 많은 사람들은 읽다 보니 책들이 비슷하다고 많이들 말한다. 재미는 있으나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내용이다 보니 비슷하게 되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소설의 주인공들은 성공한 중년 남성이며 의사, 변호사 등등이고 아내와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으며, 전반적인 사건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점 등이 있다. 하지만 아가씨와 밤은 조금 다르다. 성공한 중년 남성이라는 점은 같지만.
'독후감 &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기 때문에( 리뷰 & 독후감 & 서평) (0) | 2022.01.13 |
---|